대학 수시 원서 접수를 앞둔 지연은 좋은 성적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지방에 있는 대학에 진학하기를 희망한다.


연출의도

우리의 삶은 연속된 선택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그중에서도 개인과 가족 사이에서 생겨나는 선택의 순간과 딜레마에 대해 함께 고민해보고 싶었다.

BHIFF NOTE

하나만 선택할 수 있을까. 수능을 마친 지연은 대학 입학원서 작성을 머뭇거린다. 착실하게 학교생활도 잘해왔고 수능 성적도 나쁘지 않다. 그런데 왜 원서를 쓰지 못하는가. 지연의 망설임은 독립과 동생들의 보호 사이에서 갈등하는 마음이다. 어쩌면 이번이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아버지 슬하를 벗어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일지 모른다. 1지망, 2지망, 3지망… 대학 입학원서를 여러 개 쓰듯이 가족과 개인 사이에도 차선의 선택지가 있으면 좋으련만, 그렇지 않다는 게 삶의 무게다. 영화는 지연의 간절한 기도로 시작된다. 그러나 무엇을 소망하는지 들리지 않는다. 어두운 집, 눈물 흘리는 밤거리, 검은 모니터 너머에 다른 세계가 있을까. 어둠 속에 갇힌 지연은 텅 빈 얼굴로 침잠한다. _김은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