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내가 좋아하는 영화관에서 혼자 영화를 보는 날이 많아졌다. 영화관을 전세 낸 것만 같은 기분도 잠시, 금세 외로운 마음으로 상영관을 나오곤 했다. 나는 나와 같은 공간에서 같은 시간을 보내며, 스크린 앞에 어깨를 맞대고 앉아있던 관객들을 만나고 싶다.


연출의도

그리고 영화가 이곳에 있다. 영화는 여전히 극장에 있다.


BHIFF NOTE

영화와 극장이 동의어인 적이 있었다. 디지털 세상이 열리고 OTT 플랫폼이 열리고 코로나가 확산되면서 영화는 극장을 벗어나 여러 장소를 동시다발적으로 거주하게 되었다. 그럼 이제 극장은 어떤 곳일까? 영화는 극장이라는 공간을 둘러싼 기억을 풀어놓는다. 그중에서도 상업영화를 상영하는 멀티플렉스관이 아닌 예술영화관과 독립영화관의 관객과 스탭은 극장을 중심으로 자기만의 서사와 기억이 있다. 함께 보는 공간, 묘한 연대감, 기억이 켜켜이 쌓인 공간, 영화라는 빛, 매끈하지 않고 허술한 공간, 회복의 공간...등 이들 극장은 특별하다. 영화는 독립, 예술영화관이 존재해야 하는 이유를 사회적 가치나 문화적 당위로 설명하거나 비판적으로 접근하기보다 기억과 감정이 담긴 공간을 기억과 감정으로 담아낸다. 따라서 영화는 위기의 극장 앞에서 말한다. 영화관은 기억이 담긴 공간이고, 그 힘은 굉장히 세다고 말이다. 기억의 장소로서 극장의 힘을 일깨우는 작품이다. _이승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