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할 수 있는 것은 다른 이들을 따라가는 것뿐일까.


연출의도

명과 암, 그것들은 서로를 찾는다. 빛과 어둠에 의해 생기는 경계는 ‘존재함’을 만든다. 이곳에서 앞선 존재를 향한 추적은 숙명이다. 그 추적의 끝에 인물이 깨닫는 것은 경계에 있는 자기 자신이다. 그가 가진 유일한 것은 그가 들어있는 한 칸을 움직이는 조종 장치이다.


BHIFF NOTE

영화 <메트로폴리스>(1927)는 피라미드 형태의 도시 메트로폴리스를 배경으로 기계 문명의 불안, 자본주의의 획일성, 다가오는 나치즘을 은유했다. <메트로폴리스>에 대한 애정으로 가득한 영화 <알파빌>(1965)은 흑백 화면으로 전체주의 사회의 공포를 다뤘다. <경계>는 <메트로폴리스>와 <알파빌>의 영향 아래 있다. <메트로폴리스>가 1920년대 독일, <알파빌>이 1960년대 프랑스를 그렸다면 <경계>는 흑백 화면을 도구 삼아 2020년대 대한민국 온/오프라인에 만연한 흑백논리를 비판한다. 원형 모양의 공간에 들어갔다가 나온 주인공을 보노라면 철학자 프란시스 베이컨이 주장한, 오류와 편견으로 인해 자신만의 동굴에 갇혀서 세상을 제대로 보지 못한다는 ‘동굴의 우상’이 떠오른다. 종국엔 구분을 의미하는 제목 ‘경계(境界)’는 주의를 하라는 ‘경계(警戒)’로 의미가 확장된다. _이학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