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죽음을 목도한 유품정리사 윤재는 자신의 아이에게 장애가 있음을 알고는 아내 윤정을 설득해 아이를 낙태시킨다. 그로 인해 윤재는 윤정과 갈등을 빚지만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러던 중 어느 장애를 가진 청년의 고독사 현장을 치우게 된 윤재는 그곳에서 끝까지 살아남고자 노력했던 청년 기태의 흔적을 발견한다. 그러면서 윤재는 과거 자신의 선택을 떠올린다.


연출의도

다행인 죽음이라는 게 있을까? 2021년 하루 평균 11명이 고독사했다. 가족도, 친족도, 이웃도, 직장동료도 그들의 죽음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사람에게서, 사회에게서 소외되어 버린 이들. 이들의 죽음은 다행인 걸까? 여기, 고독사한 이들의 삶의 흔적을 지우는 특수 청소부들이 있다. 매일같이 비참하고 쓸쓸한 죽음을 마주하는 그들에게 삶의 가치는 무엇일까? 영화 <어느 다행인 죽음>을 통해서 생의 무게에 대해 생각해 보자.


BHIFF NOTE

낙태를 둘러싼 논쟁은 예나 지금이나 뜨겁다. 영화도 다양한 질문으로 담론을 이끌었다. 불법 낙태 시술을 다룬 <4개월, 3주...그리고 2일>(2007)과 다운증후군을 가진 태아를 낙태하기로 결정하는 과정을 그린 <24주>(2014)가 대표적이다. <어느 다행인 죽음>도 낙태를 소재로 삼았으나 결은 다르다. 아내를 설득해 이상이 있는 아기를 낙태시킨 남편이 장애를 가진 사람의 죽음을 접하며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는 내용을 그리되 논쟁 대신에 심리를 표현하는 형식을 적극 탐구한다. 좁은 화면비는 인물의 갑갑함 또는 편협함으로써 ‘(살 가치가 없기에) 어느 다행인 죽음’ 이란 시선을 대변한다. 한 번씩 사용한 줌인과 줌아웃은 이해와 삶의 의지가 투영되어 ‘(누군가 삶의 가치를 알아주어) 어느 다행인 죽음’이란 의미를 만든다.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는 작품이다. _이학후